오징어 먹물의 효용
6월부터 제철이 시작되는 오징어는 요즘이 가장 맛있는 시기이다. 초여름에는 크기가 10㎝ 전후의 작은 햇물 오징어가 주를 이루지만, 가을에서 초겨울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는 몸통이 큰 오징어가 많이 잡힌다.
그런데 오징어는 산 채로 수송하기에 가장 까다로운 어류 중의 하나에 속한다. 그것은 오징어의 특징이자 생존 무기인 먹물 때문이다. 활오징어를 수조에 가득 채워 수송하면 스트레스를 받은 녀석이 먹물을 내뿜게 된다. 한 놈이 먹물을 내뿜으면 옆에 있는 놈들도 덩달아 먹물을 내뿜어 수조 안은 온통 시커멓게 돼버린다.
그렇게 되면 먹물로 인한 호흡 곤란 등의 증상으로 오징어끼리 서로 뒤엉키는 등 수조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때문에 오징어를 수송하는 활어차의 수조에는 2~3%의 아주 적은 오징어밖에 넣을 수가 없다. 따라서 만약 누군가 활오징어 수송방법을 개발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업자들 사이에서는 농담처럼 떠돈다.
오징어는 영어로 ‘inkfish', 한자어로는 묵어(墨魚)라고도 쓴다. 바로 오징어의 특징인 먹물을 뜻하는 단어들이다. 그런데 오징어라는 한글도 사실 알고 보면 먹물로부터 비롯된 말이다.
‘inkfish'나 묵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필기재료가 변변치 않았던 옛날에는 오징어 먹물로 글씨를 쓰기도 했다. 그러면 일반 먹물보다 진할 뿐더러 광택이 나서 보기에 좋았다.
정약전이 전라도 흑산도에서 유배생활을 하며 지은 ‘자산어보’를 보면 ‘오적어(烏賊魚)가 오징어의 어원이라고 되어 있다. 오적어란 까마귀를 잡아먹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중국의 옛 문헌에는 오징어가 물위에 죽은 척 떠 있으면 날아가던 까마귀가 이를 보고 쪼려 할 때 갑자기 긴 다리로 휘감아 물속으로 끌어들인 다음 잡아먹는다고 되어 있다 .
예전에 오징어를 먹을 때는 보기에도 좋지 않은 먹물주머니와 먹물을 꼭 빼서 먹곤 했다. 그러나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해산물 요리 중의 하나에는 오징어먹물리조또가 있다. 거기 사람들은 예로부터 갑오징어의 먹물을 열심히 먹으면 70대에도 자식을 본다며 정력제 대용으로 먹물 요리를 즐긴 것이다.
우리 한의학에서도 오징어 먹물을 약으로 이용하곤 했다. 자궁 출혈이 있으면서 가슴앓이가 심한 여성에게는 오징어 먹물을 볶아 가루를 낸 뒤 식초에 끓인 물로 타 먹이면 효험을 본다고 했다.
그런데 지난 94년 일본의 한 연구소에서 오징어 먹물에 항암 효과가 있으며 아미노산이 풍부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뒤 오징어 먹물은 우리나라에서도 건강식으로 주목을 끌기 시작했다.
요즘 오징어 먹물을 넣은 오징어 순대나 오징어 파스타 등 퓨전요리들이 각광을 받고 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방금 잡은 오징어회를 초장에 찍어서 먹는 맛이야 말로 일품이다. 거기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 금상첨화 일 것이다.
속살이 투명한 한치 오징어회 드시러 제주로 한번 오십시오. 제가 맘껏 드시도록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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