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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과 경북 상주의 경계를 이룬 속리산(俗離山·1,057.5m)은 산등성이뿐 아니라 지능선 곳곳에 무수히 많은 기암들을 얹어 놓아 화려한 산세를 음미하면서 스릴 넘치는 산행을 기대하게 되지만, 이름난 산답게 등산로가 너무 잘 닦여 있어 기대한 만큼 아기자기한 암릉산행을 경험하기 어렵다. 이런 아쉬움을 충족시켜주는 속리산 암릉이 문장대에서 백두대간과 갈라져 북서쪽으로 뻗은 서북릉이다.
보은~상주 간 37번 국도가 지나가는 활목재까지 이어지는 서북릉은 도상거리만 해도 10km에 이르는 데다 굴곡이 심하고, 수시로 나타나는 험난한 바위들로 인해 산행경험이 적은 이들에게는 하루에 끝내기도 만만찮은 능선이다.
그러나 국립공원에 해당되는 문장대~묘봉(874m) 구간은 산행을 금지되어 있어 실제로는 국립공원과 경계를 이룬 활목재~묘봉·애기업은바위 갈림목~애기업은바위 능선 남쪽 신정리를 기점으로 하는 원점회귀형 산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구간은 보은군이 99년 군 관광사업 진흥을 위해 속리산 주능선과 구병산 능선을 이어 ‘충북알프스’로 지정한 바 있다.
산행은 활목재에서 보은 방향 약 2km 지점의 신정리 마을 진입로를 들어서면서 시작된다. 삼거리에서 포장도로를 따라 1km쯤 들어서면 마을을 지나면서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뀐다. 이 길을 따라 또다시 1km쯤 오르면 ‘상학봉 2.2km, 주전봉 2.8km, 묘봉 3.7km, 애기업은바위 3.4km, 거북바위 0.3km’라 표시돼 있는 대형 등산로 안내판이 서 있는 주차장에 이른다.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은 다음 임도를 따라 5분쯤 오르면 ‘묘봉 3.4km, 상학봉 1.9km’ 안내판이 서 있는 갈림목에 이른다. 여기서 왼쪽 길을 따르면 토끼봉 삼거리 북서쪽 능선으로 올라서고, 계속 임도를 따르면 토끼봉 삼거리~묘봉 갈림목~애기업은바위 능선 사이로 올라선다. 산행은 대개 왼쪽 길을 따라 능선에 올라선 다음 묘봉 방향으로 진행한다.
왼쪽 계곡길은 물줄기를 따르다 오른쪽 지능선 넘어 무명폭포가 숨어 있는 계곡으로 내려섰다가 능선 안부로 이어진다(약 30분 소요). 안부에는 상주쪽 길과 활목고개 길이 뚜렷하게 나 있다. 울창한 숲속에 부드럽게 이어지던 산길은 안부 이후 급격히 가팔라진다. 첫번째 암봉을 왼쪽으로 우회하고 내려섰다 두번째 봉으로 다가서노라면 10여m 로프가 매달린 급경사 바위가 앞을 가로막는다.
이 바위를 넘어선 다음 커다란 바위가 솟아 있는 토끼봉 갈림목에 다다르면 속리산 서북릉이 모습을 드러낸다. 문장대까지 이어지는 능선에 솟구친 암봉 하나 하나 기운차고, 바위 절벽 또한 험난하기 그지없는 없는 모습이다.
이 지점을 지나자마자 20여m 높이의 암벽이 앞을 가로막는다. 바위 절벽에 로프가 매달려 있지만, 직벽에 가까워 웬만한 힘으로는 오르기가 쉽지 않다. 대신 그 오른쪽 V형 좁은 바위골을 따르는 게 낫지만, 워낙 좁아 배낭을 메고 오르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앞서 오른 사람이 고정로프에 뒷사람의 배낭을 끌어올리면 뒷사람이 올라가야 한다.
V형 바위골을 빠져나간 다음 역시 로프가 매달린 바위턱을 넘어서면 수백 톤은 족히 나갈 만큼 어마어마한 바위가 지붕을 이룬 동굴을 빠져나가고, 이어 이끼 낀 바위 사면을 왼쪽으로 틀면서 올라서면 등성이가 널찍한 암릉이 나타난다. 상학봉에서 문장대~천황봉~구병산으로 이어지는 충북알프스 능선과 청화산에서 조항산을 거쳐 희양산까지 이어지는 백두대간이 한눈에 들어오는 등 조망이 빼어나고, 널찍해 점심식사 장소로 좋은 곳이다.
이곳에서 육산 능선을 따라 10여 분 가면 상학봉 정상 암봉 뒤편으로 올라선다. 나무다리로 오를 수 있는 상학봉 정상 역시 조망이 빼어나다. 상학봉을 지나면 잠시 전형적인 육산 능선이 이어지다 또다시 험난한 바윗길이 나타난다. 이번에는 칼날 같은 바위를 잡고 오른 다음 슬랩바위가 잠시 긴장케 하지만, 로프가 매달려 있어 누구든 무난히 오를 수 있다.
이 구간을 지나면 육산 능선이 묘봉·애기업은바위 삼거리까지 이어진다. 입산금지 안내판이 서 있는 삼거리에서 동진하면 묘봉을 거쳐 문장대로 이어지고, 남릉을 따르면 애기업은바위 능선이다. 산길은 애기업은바위 직전 안부에서 두 가닥으로 나뉘어 계속 능선을 따르면 애기업은바위로 향하고, 오른쪽 계곡으로 떨어지면 임도로 내려선다. 계곡은 자연미 넘치는 데다 낙엽송이 울창하고 간간이 단풍나무도 보여 가을철 분위기가 뛰어나다. 임도 상단 주차장에서 산행기점 상의 주차장까지는 약 1km.
신정리 기점에서 토끼봉 삼거리~상학봉~묘봉 삼거리~애기업은바위를 돌아 신정리로 원점회귀하는 산행은 5시간 정도 걸린다. 식수는 계곡에서 구할 수 있으나, 그보다는 마을이나 마을 직전 신정유스타운에서 구하는 게 낫다.
▲ 교통
신정리행 노선버스는 보은에서 출발한다. 보은 시외버스정류장에서 2~3분 거리인 중앙사거리 버스정류장에서 06:50, 08:00, 이후 09:10부터 19:10까지 1시간 간격으로 출발하는 신정리 경유 용화행 신흥운수 이용. 25분 소요, 요금 1,200원. 신흥운수 전화 043-542-2510.
보은까지는 서울, 청주, 대전, 상주 등지에서 직행버스가 운행한다. 서울 경기 전라도 지역에서는 청주를, 경상도 지역에서는 상주를 거쳐 접근하는 게 교통편이 원활하다.
서울→보은=동서울 종합터미널에서 1일 12회(07:30~18:30) 운행하는 보은 경유 속리산행 직행버스 이용. 약 3시간 소요, 요금 10,400원. 전화 02-446-8000.
청주→보은=여객터미널에서 20분 간격(06:20~20:40)으로 운행하는 보은행 버스 이용. 1시간30분 소요, 요금 4,300원. 043-235-6543.
대전→보은=동부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수시 운행(06:22~20:10)하는 속리산·상주·예천행 직행버스 이용. 약 1시간20분 소요, 요금 3,900원. 전화 042-624-4451~3.
상주→보은=종합터미널에서 보은 경유 서울행 우등버스(06:55~18:15, 1일 15회 운행)나 청주행 직행버스(06:55~19:30, 20분 간격 운행) 이용. 요금 4,500원. 전화 054-534-9001~5.
▲ 숙박
신정리 마을 입구의 청소년수련관인 신정유스타운은 등산인에게도 방을 빌려준다. 4인 기준 별관 40,000원, 생활관 30,000원. 취사장이 따로 마련돼 있지는 않지만 취사는 가능하다. 식당에서 정식(5,000원), 불낙전골(25,000원), 백숙(30,000원) 등의 음식도 팔고 있다. 전화 043-542-5454~5, 홈페이지 www.sjtown. com.
또는 법주사 입구의 다양한 등급의 숙박시설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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